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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라스먼트’ 규제 확대와 시사점

2026.08.31.

노동팀 뉴스레터 제27호 (03) 노동칼럼


일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세쿠하라(セクハラ), 파와하라(パワハラ) 라는 말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Sexual Harassment, Power Harassment의 일본식 줄임말로 우리의 직장 내 성희롱, 직장 내 괴롭힘 정도에 해당하는 용어이다. 그런데 일본에는 위 두 가지 외에도 하라스먼트를 일컫는 다양한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고객으로부터의 괴롭힘을 의미하는 카스하라(カスハラ), 취업활동 시 발생하는 성희롱을 의미하는 슈카츠 세쿠하라(就活セクハラ), 돌봄 직원에 대한 괴롭힘을 의미하는 케어하라(ケアハラ), 말이나 태도 등으로 상대방을 정신적으로 압박하는 모라하라(モラハラ) 등 필자가 확인한 괴롭힘 유형에 대한 용어만 수십 개에 이른다. 무엇이든 세분화하여 구분하는 일본의 특징은 여전하다.


일본에서 논의되는 여러 하라스먼트 중에는 단지 구분을 위한 용어일 뿐 법적인 측면에서 독자적인 의미를 가지지 않는 것들도 많다. 그러나 일부는 입법을 통해 단순 구분 이상의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는데, 2026년 10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노동시책종합추진법과 개정 남녀고용기회균등법에서 기존의 세쿠하라, 파와하라의 연장선에서 논의되었던 카스하라와 슈카츠 세쿠하라를 독립적인 규율 대상으로 삼아 규제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먼저, 개정 노동시책종합추진법은 고객이나 거래처 등 제3자로부터의 부당한 언행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업의 대응 의무 조항을 신설하였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관련 법령 및 지침에 따라 카스하라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방침을 수립하고 이를 근로자에게 주지시키는 한편,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사건 발생 시 사실조사, 피해자 보호 및 재발방지조치를 마련할 법적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또한 고객·거래처 등에 대한 대응기준과 조직 내 대응체계를 구축하여 근로자가 부당한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게 할 의무도 부담한다. 즉, 기존에는 고객사의 갑질 또는 고객응대 과정의 문제 정도로 인식되었던 현상을 괴롭힘의 영역으로 포섭하였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다음으로, 개정 남녀고용기회균등법에서는 취업활동 과정에서 성희롱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기업의 고용관리상 조치 의무를 신설하였다. 이때 보호대상은 해당 기업의 근로자가 아니라 채용 지원자나 인턴 등 구직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이며, 문제되는 행위의 주체는 채용담당자뿐 아니라 임원, 면접관 등 채용과 관련된 모든 근로자를 포함한다. 


기업은 채용과정에서의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방침을 마련하고, 채용관계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며, 상담창구를 운영하여야 한다. 특히 면접, 식사, SNS 연락 등에 관한 규칙을 마련하여 근로자뿐 아니라 구직자에게도 이를 명확히 안내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의 위와 같은 시도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첫째, 기업의 괴롭힘 관리 범위를 기업 활동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에서 고객응대근로자 보호조치를 규정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역시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고객의 폭언·갑질에 대한 조직적 대응체계로는 한계가 있고, 채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에 대해서까지 체계적인 예방의무를 규정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고객응대근로자의 정신건강 문제, 거래처의 갑질, 채용 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언행 등이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의 시도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


둘째, 괴롭힘 문제를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번 개정법은 괴롭힘을 단순한 인사노무상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내부통제와 지배구조(Governance)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카스하라를 방치하는 경우 근로자의 안전보다 거래관계를 우선시하는 기업문화가 고착화될 수 있고, 특히 임원이나 대표이사가 면접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희롱 문제가 경영진의 적격성과 기업의 거버넌스에 관한 직접적인 평가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ESG 경영과 내부통제에 대한 요구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일본은 고객 갑질 대응, 채용절차 관리, 하라스먼트 예방교육 등을 지속가능경영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핵심 내부통제 체계의 구축이라는 인식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입법은 하라스먼트 예방을 단순한 인사노무 관리가 아니라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거버넌스의 문제로 재정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향후 관련 제도의 정비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 본 칼럼은 유시형 변호사가 법률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법률신문, 26.07.15.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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