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통상임금 판례 변경 그 후 : 실무적 쟁점들
2025.11.26.
노동팀 뉴스레터 제18호 (03) 노동칼럼
Ⅰ. 도입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통상임금에 관한 판례 변경을 통해 기존 판례 법리로 인정돼 오던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고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으로 새롭게 정의했다. 더불어 특정 수당에 재직 조건이나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됐더라도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실무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판결, 이하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또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판례 변경이 종전 판례를 신뢰해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에 영향을 미쳐 법적 안정성을 해칠 소지가 크다는 점을 고려해 이례적으로 변경된 판례 법리에 대해 원칙적으로 장래효만을 인정하되, 병행사건(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시점에 변경된 법리가 재판의 전제가 돼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다퉈져 법원에 계속 중인 사건)에 대해서만 제한적 소급효를 인정했다(이른바 선택적 장래효).
대법원과 하급심은 연이어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를 적용한 판결들을 선고하고 있으나,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로부터 약 9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통상임금 개념의 핵심인 '소정근로 대가성'의 구체적 판단기준, '선택적 장래효'에 따른 판례 변경 적용범위의 불명확성과 해석의 차이로 인해 계속 중인 통상임금 관련 소송뿐 아니라 사업장 노사관계에서도 논란과 충돌이 발생하고 있다. 본 기고에서는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의 통상임금을 둘러싼 주요 실무적 이슈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Ⅱ. 수당별 소정근로의 대가성 판단기준과 실무적 쟁점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라는 요건이 충족되면 이를 이유로 지급되는 가상의 임금'이 통상임금이라고 판시했다. 또한 이와 같은 관점에서 근로자의 재직은 소정근로 제공의 당연한 전제고,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근무일수 조건 역시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이 있으면 당연히 충족되는 조건이므로 재직 조건, 근무일수 조건이 부가된 사정 자체만으로 어떠한 수당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로 대법원은 재직 조건부, 근무일수 조건부(출근율 조건부) 수당들에 대해서는 비교적 일관되게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대법원 2025. 1. 9. 선고 2017다236718 판결, 대법원 2025. 8. 14. 선고 2023다216777 판결 등).
그러나 이를 이유로 상여금, 휴가비 등 재직 조건부, 근무일수 조건부 수당이 전부 통상임금에 포함됐다고 받아들이는 것은 판례 법리를 곡해하는 것으로 유의해야 한다. 통상임금성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각 수당별 구체적인 지급기준을 비롯한 객관적 성질에 따라 소정근로 대가성이 얼마든지 부정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다음의 수당들은 소정근로 대가성 인정 여부에 관해 상당한 다툼의 여지가 있다.
소정근로의 가치평가와 무관하게 사실상 '재직'만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수당
특정 수당의 지급조건이 오로지 '지급일 당시 재직 중일 것'뿐이고, 지급일 이전 기왕의 근로제공 여부 및 작업 내용과 아무 관련 없이 동일하게 지급된다면 그 수당은 그 명목과 지급 경위에 비춰 소정근로의 가치평가와의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예를 들어 생일축하금, 크리스마스 선물비 등의 경우 연 1회, 같은 날짜에 정기적으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된다는 점에서 정기성, 일률성이 인정될 여지가 없지 않다. 그러나 수당의 명목과 기념일을 축하한다는 취지의 지급 이유를 고려하면 통상임금의 본질인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으로 보는 것이 타당한지는 다소 의문스럽다.
최근 법원은 사실상 '재직'만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체력단련비, 휴가비, 명절귀향비 등에 대해 소정근로의 대가성 및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바 있는데, 일각에서는 판례 변경 후 과도하게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게 판단하는 것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연 생일축하금과 체력단련비 사이에 소정근로 대가성 차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일견 이러한 복리후생적 성격의 수당은 명목과 지급 경위에 비춰 볼 때 소정근로의 가치평가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개별 수당의 소정근로 대가성 판단에 있어서는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바와 같이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히 반영했는지의 관점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기존에 고정성의 결여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돼 온 수당들의 통상임금성을 다시금 평가할 때 '재직 조건이 부가돼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수당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만 매몰돼, 수당의 객관적 성질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을 건너뛴 채 곧바로 소정근로 대가성 및 통상임금성을 인정해버리는 태도에 대해서는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무사고수당, 개인연금지원금 등 추가적 조건이 부가된 수당
최근 대법원은 택시회사가 상여금에 근무일수 조건과 더불어 '중대 교통사고를 유발한 경우'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소극적 조건을 정한 사안에서 해당 상여금은 '소정근로 제공 외에 추가적인 자격요건(조건)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되는 것'으로 소정근로 대가성이 결여됐다고 보고 통상임금성을 부정한 바 있다(대법원 2025. 7. 18. 선고 2022다257238 판결). 이는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설시한 '무사고 수당'의 통상임금성이 인정되지 않는 사유와 동일한 논리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위 판결 선고와 같은 달에 회사가 근로자의 개인연금보험료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형태의 개인연금지원금에 대해서 통상임금성을 인정하는 하급심 판결이 선고됐다(서울고등법원 2025. 7. 9. 선고 2023나2057518 판결, 상고심 진행 중). 이는 종래 대법원(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 및 하급심(대전고등법원 2022. 8. 18. 선고 2019나14651 판결, 대전고등법원 2023. 5. 25. 선고 2022나14842 판결 등)의 기조와는 반대되는 것으로, 판례 변경 이후 개인연금지원금의 통상임금성 인정 여부에 대해 아직 법원의 태도가 확립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개인연금지원금 지급을 위해서는 개인연금 상품 가입(또는 유지)이라는 별도의 조건 달성이 요구되는 점, 제도 도입 경위 및 지급목적상 임금 외 복리후생의 성격이 강한 점을 고려할 때 개인연금 가입을 '소정근로 자체의 가치평가'와 관련된 조건이라고 볼 수 있을지, 다시 말해 소정근로의 온전한 제공의 대가로 지급된 수당으로 볼 수 있는지의 관점에서 상당한 견해 대립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된다.
재직 조건이 통상임금성 판단의 핵심 요소에서 내려온 지금, 위와 같은 '추가적 조건 달성에 대한 보상' 여부는 추후 수당별 통상임금성의 핵심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무사고 수당과 유사하게 ▲징계처분을 수당 지급의 소극적 요건으로 두는 경우나 ▲일정 직무교육의 이수 등 사실상 달성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조건을 부가한 경우에 '추가적 자격 요건 달성에 대한 보상'의 성격으로 보고 소정근로 대가성이 부정되는지에 대해 아직 판례가 확립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추후 법원의 판단 여하에 따라 개별사건의 결과를 넘어 기업의 임금체계 개편의 방향에도 상당한 영향이 있을 수 있으며, 사안별 판단례가 축적됨에 따라 판단기준 역시 보다 구체적이고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Ⅲ. 판례 변경의 적용범위 및 '선택적 장래효'에 관한 이슈
청구변경과 소급효 적용범위의 쟁점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판결 선고일 전일인 2024. 12. 18.까지 제공한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은 당해 사건 및 병행사건을 제외하고는 종래 법리에 따른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고 판시해 민사판결 중 최초로 '병행사건'에 대한 제한적 소급효를 인정했으나, 그 구체적인 적용범위에 관한 쟁점들은 아직 명료하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당시 하급심에 계속 중이던 각 사건들에서 청구 변경이 이루어진 경우, 판례 변경의 소급효가 청구변경(확장) 범위에도 미치는지에 관해 사건별 판단이 통일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추후 대법원에 의한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통상임금 소송은 그 특성상 근로관계를 유지하면서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고, 실무적으로 최초 청구 시 소멸시효가 도과하지 않은 범위에서 청구대상기간을 정한 뒤 추후에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을 통해 이를 확장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통상임금 소송에서의 청구변경은 법정수당 차액에 해당하는 청구취지상 청구금액의 확장으로 표시되겠으나, 그 변경의 취지에 따라 ①기존 법원에 계속된 소송 절차에서 청구하는 법정수당의 종류 자체를 추가하는 취지(청구수당항목·청구원인 추가), ②소 제기 후에 청구대상기간 자체를 확장해 해당 기간의 법정수당액을 추가 청구하는 취지(청구대상기간 확장)로 구분해 볼 수 있다.
그런데 2024. 12. 19. 이전에 소를 제기해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당시 소송은 계속 중이었으나 청구확장이 그 이후에야 이루어진 경우에, 청구확장된 범위에 대해서도 '병행사건'으로 보고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를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에 비로소 2024. 12. 18. 이전의 근로관계 및 통상임금에 대해 다투는 것으로 보고 종래 통상임금 법리를 적용해야 하는지 견해 대립의 소지가 있다.
최근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근로자가 통상임금이 잘못 산정되었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법정수당(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미사용수당, 연장근로수당, 야간근로수당)의 지급을 청구하는 경우, 법정수당 청구별로 법적 근거와 성질이 다르므로 별개의 소송물을 구성(① 관련)하고, 또한 개개 수당도 지급기일별로 별개의 소송물(①, ② 관련)"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대법원 2025. 8. 28. 선고 2021다239134 판결). 이러한 판례와 청구변경 신청에 따른 새로운 청구에 대한 소송계속의 효력은 청구변경의 서면이 송달된 때에 비로소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후에 비로소 확장된 청구범위, 즉 새로이 추가된 소송물에 대해서는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법리상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약정수당의 재산정 이슈
다수의 사업장에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다양한 약정수당(당직수당, 특별근무수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자 일부 병행사건 소송에서뿐만 아니라 사업장에서도 이러한 약정수당까지 판례 변경에 따라 소급해 재산정 후 차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노사 간 의견 대립의 사유가 되고 있다.
강행법규로 지급해야 할 최저한도가 정해진 법정수당과 달리, 법정수당 지급의 취지가 몰각될 우려가 없고 당사자 간 합의로 지급 여부가 결정되는 약정수당의 경우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이 아닌 노사 합의에 따른 별도의 산정기초, 약정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그 수당액을 산정해도 무방하다. 약정 통상임금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기존 약정통상임금에 따른 수당지급이 법령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수당 차액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다(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1다6106 판결).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이전 기간에 대한 약정수당 차액 소급지급의무는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원활한 노사관계 유지 차원에서 일정 비율의 차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는 있을 것이나, 약정수당에 대해서도 새로운 통상임금 법리를 적용해 차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오해해 불필요한 노사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협의가 필요할 것이다.
Ⅳ. 나가며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 대법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을 둘러싼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으며 특히 기존 논쟁의 핵심 요소였던 '고정성'이 개념징표에서 제외됨에 따라 전선은 소정근로의 대가성 인정 여부로 옮겨가 '소정근로의 가치평가'의 구체적 의미와 판단근거에 관한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사판결에서 처음으로 인정된 판례 변경의 '선택적 장래효' 적용과 관련해서도 여러 실무적 혼란과 형평성 문제의 해결이라는 숙제가 남아있으며 정확한 적용범위에 관해 향후 더 많은 판례의 축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으로서는 2024년 전원합의체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되, 지금까지의 판결만으로 해소되지 않는 회색지대에 있는 각종 수당의 성격과 그에 따른 리스크를 면밀히 재검토하고 노사 간의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임금체계를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통상임금 법리의 변화에 발맞춰 노사관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실무적 차원에서의 지속적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 본 칼럼은 신준하 변호사가 월간노동법률 2025년 10월호에 기고한 내용을 편집한 것입니다. https://www.worklaw.co.kr/main2022/view/view.asp?bi_pidx=38406